[레오츠카] Kiss part1 (for.몽거)

카테고리 없음 2015. 10. 27. 00:53



차츰차츰 봄이 찾아와 따사로워진 유메노사키 학원의 어느 봄날. 햇빛은 따사롭고 하늘은 청명했다. 그런 평화롭고 잔잔했던 일상. 소속 유닛 Nights의 1학년, 츠카사를 제외한 Nights 전원은 어느 순간부터 어느 '사실'을 알아챘다.

'그' 스오우 츠카사가 이상하다.
아니 겉으로는 그렇게 이상함을 느낄 단계는 아니었다. 요 몇 일새는 굉장히 순조롭다고 볼 수 있었다. 일상같은 이즈미의 유우군 스토커짓과 리더인 레오의 기행같은 4차원 짓을 제외한다면.


*

"그러니까. '신입'은 이 곡을 하고 싶다고?"

주위의 시선이 레오에게 꽂혔다. '신입'이란 호칭은 레오가 츠카사에게 아무런 흥미가 없을 적 멋대로 부른 호칭이라 츠카사가 무척 싫어했다. 지금에서야 조금씩 이름 불러줘 나은 듯 했지만 그 강조하듯 크게 말한 '신입'은 꽤 시비조로 들렸다

" 그게 하기 싫으면 다른 곡으로 하죠. "
무덤덤. 예의 그 유창한 영어도 없다. 레오를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 눈빛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을텐데, 평소의 그 사근사근한 태도는 어디갔다는 듯 악보만을 보고있다.

나루는 왠지 얼어붙은 듯한 분위기에 눈동자만 쭉 돌려 이즈미를 쳐다보았다. 이즈미도 마침 고개를 들다 눈이 마주쳤다.

' 츠카사쨩 왜 저런 거야? 화난 거야? '
나루는 열심히 입모양으로 자신의 의사를 이즈미에게 전달했다. 그를 무심히 보던 이즈미는 불쾌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그에 익숙한 나루는 계속 쳐다보았다. 마주 입모양으로 ' 말 걸지마' 라고 말한 뒤 고개를 저었다. 츠카사의 얼굴이 화나보이진 않고 어딘가 멍해보이는 구석이 마치 잠자고 막 깨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옆에서 폭풍 하품중인 쿠마군 정도는 아니었지만.

" 신입. 나한테 화난 거 있어? "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리더는 직구 스타일이었다. 츠카사가 이상해지니까 기행의 달인이었던 리더가 오히려 정상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츠카사는 그때까지도 악보만을 훑어보던 중이었고 레오의 말에서야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제가 어째서 화내죠? "
혹시 둘 싸우던 중이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대화 내용은 썩 다정하지 못했다. 레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 차분하면서도 반짝이며 잘도 움직이던 눈동자가 없다. 자신을 보고 있지만 그 눈빛은 무기질하다. 재미없어.

" 넌 날 좋아하니까♪"
이런 미친. 아주 당연한 듯이 말하는 그들의 리더는 가히 정상은 아니었다.

*

결국 레오가 그 문제의 발언을 했음에도
' 아닌데요. ' 라고 깔끔히 답을 마친 츠카사는 손목에 찬 시계를 쓱 보더니 오늘은 이만 가보겠다면서 짐을 챙겼다.
분명 오늘 연습은 밤까지 해야할 일정이었건만 유유히 탈출하려고 하는 행색에 몇 몇은 경악했고 한 명은 졸고 문제의 한 명은 츠카사의 뒷덜미를 붙잡아 외쳤다.

" 그래! 가자! "
" 이즈미쨩. 리더가 막내 납치했는데. "
" 그런가보지. "

수업 이탈하는 두 명을 바라보던 나머지는 한숨을 쉬고선 레오의 뒤를 따라나섰다. 끌려가는 츠카사는 그마저도 반항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끌려가고 있었다.


" 평소보다 무기력해보이고, 감흥도 없는데 아픈 건 아니다. 이거야? "

끄덕. 레오가 벌건 대낮부터 츠카사를 데려온 곳은 병원도 아니고 왠... 골목길 낡은 판자를 벽에 덧붙여 간판이라고 붙여놓은 점집이었다. 리츠가 눈을 비비적대고선, 여기 폐가야? 라고 말한 것에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낡은. 그 안에선 이미 심오한 점집 분위기는 무슨. 그냥 일상적인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심지어 그 대답도 거의 리더가 하고 있고. 무슨 작태야?


" 야 가시나면상 가지고 지금 뭐하는 짓이야? "
" ...... "
" 화 안나냐? "

끄덕. 여전히 츠카사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신통방통한 지는 모르겠지만 아까의 리더와 같이 시비를 거는 모습에 어리둥절했고 그걸 모두 상관없다는 듯 무덤덤한 반응에 점집 아주머니는 쯧 혀를 찼다.

" 어이, 주황이. "
" ? "
" 얘 말도 안하더냐? "
" 하던데요. "

아까. 덧붙였다. 그러고보니 아까는 꼬박꼬박 말대답도 성실히 하더니 지금은 영 입이 꾹 다물려져있다. 더 유심히 츠카사를 보던 눈빛을 거두고선 이내 결심히 굳은듯 입을 열었다.

" 뭐. 귀신같은 건 아니고, 너는 이
빨강이한테 한 가지만 해주면 돼. "

한 가지?

*

' 둘이 같이 있어. 쭉. 쭈욱! '


방금까지 일어난 일을 츠카사는 숨을 한번 들이쉬듯 되짚어봤다. 누가 나를 끌고가서, 아주머니한테 데려가서. 그 다음에는.

" 그래서 난 침대에서 자면 되지? "

생각의 흐름을 끊어놓듯 누군가의 음성이 내 귓가에 파고 들었다. 그래, 저 사람이랑 같이 쭉 있으라고 그랬었다. 그래, 저 사람의 츠키나가 레오였다. 저 사람은 이미 내 침대에 앉아 콩콩 뛰고 있었다. 저건 내 침대인데. 아니..내 집인데?

요새 부쩍 사고의 한 쪽이 무뎌지는 건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무척 기분을 들쭉날쭉 했던 게 지금에 와서는 그저 나와 상관없는 무언가로 변해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느껴지지 않기에 상관이 없었는데 왠지 저 사람은 불편하다.

" 전 다른 방에서 잘테니. "
알아서 자라, 같은 말과 행동에 레오는 침대에 있던 몸을 날려 당장에 츠카사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에 멈추지 않고 그의 몸이 반항하지 않음에도 손과 팔을 움직여 츠카사의 몸을 뒤에서부터 끌어앉았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숨이 멈췄다. 여태까지 반응없었던 츠카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 ... 불편합니다. "
" 당연하지! 넌 내가 불편하니까 같이 있어야지♪"

이젠 말없이 팔을 떼어내서 빠른 걸음으로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문을 쾅 닫은 후 츠카사는 이질적인 느낌에 목이 타는 듯,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가 거실에 나와 있는 물통의 물을 컵에 따라 마셨다. 맞는 말이었다. 내 이 상태를 고치기 위해선 그가 필요한데 왜 이렇게 목이 탈까. 저 사람은 내게 무슨 의미였지? 멈춰져버린 자신의 어딘가에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한편, 문이 쾅 닫힌 후 그 안에 있던 레오는 츠카사와는 반대로 여유로운 웃음을 얼굴에 띄운채, 가벼운 몸짓으로 츠카사의 체향이 묻어나오는 침대에 머리를 늬었다.

조금만 기다려, 츠카사. 내가 내 손으로 다 돌려놔줄게♪